노동 있는 지역, 지역과 함께 하는 노동을 꿈꿉니다.


요즘 서울에는 ‘마을’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입니다. 그 마을에는 노동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존재합니다. 동네 곳곳마다 자그마한 회사, 가게들이 있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은평의 노동조건과 실태는 매우 열악합니다. 은평구 사업체 중 열에 아홉은 종사자 수가 5인 미만입니다. 일부 공기업을 제외한다면 운평에서 반듯한 일자리를 찾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동네모임에서 두 차례에 걸쳐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으며, 최저임금 미달과 4대 보험 미가입 등 최소한의 노동인권마저도 보장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고 보호받을 수 있는 노동조합 가입률도 전국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은평의 노동자 상당수는 노동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으며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노동인권을 위해서는 지역이 나서야 합니다


은평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노동인권을 함양하기 위해서 지역 노동조합들과 노동 문제에 관심 있는 사회단체들이 ‘우리동네 노동자 인권찾기 모임’을 만들고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의료, 돌봄, 서비스, 공공 등 여러 노동자들을 만났고 노동법률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은평 지역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자 권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도 지속해왔습니다. 그리고 지역생활문화운동으로 기타 배우기, 풍물모임 등 문화 소모임과 생태텃밭 등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동네 모임이 벌인 활동 성과는 적지 않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동네 모임은 처음부터 지역 중소영세 비정규노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업체별로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업체 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에 법과 제도의 기준을 적용하려고 해도 업체가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노동자들 스스로도 사업장 안에서 어떤 변화를 꾀하기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다보니 장시간 저임금으로 굳어진 질 낮은 노동시장 특성은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낮은 곳에서의 경쟁과 이동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은평지역 노동의 현실이기 때문에 업체별로 노조를 만들어 대응하는 방식보다는 지역사회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자 했습니다. 지역 차원에서 중소영세 비정규 노동자들의 권리 증진과 장시간 저임금 구조를 타파할 대책을 마련하고, 영세한 사업주들을 설득하는 한편 지역사회 차원에서 유인책을 제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회사로부터 받는 임금으로만 생활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지역 안에서 삶과 생활을 함께 공유하고 연대하는 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역에서 삶과 생활의 개선과 변화를 동반하지 않는 한 사업장 안 노동조건 개선은 일면적이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은평지역 노동인권과 생활문화연대를 위한 노동인권센터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동네 모임’에서는 그동안 노동인권과 생활문화연대를 위한 거점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에게 희망의 씨를 틔우고 지역에서 노동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은평의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들과 제 정당, 그리고 개인 등 지역 사회의 힘과 노력으로 2014년 ‘은평노동인권센터’를 설립했습니다. 노동자들의 만남과 교류, 노동인권 개선과 함양, 그리고 노동자 생활문화연대를 위한 은평 지역 노동인권센터 활동에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